무리 지어 다니는 아이들

교육단상 | 2008/11/26 14:05 | dayliver

사진출처 : 교육희망

우리 학생들은 무리지어 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글을 쓰는 저 자신도 그 때에는 친구들과 무리를 지어 다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 때는 세상 무엇보다도 친구가 가장 소중했습니다. 그것은 아마 친구들 사이에서 '나'라는 존재를 확인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세상의 모든 과도기가 그렇듯 인간의 성장에서 가장 뚜렷한 과도기 사춘기 역시 불안한 시기입니다. 아이도 어른도 아닌 그들은 자기가 누구인지 확인받고 싶어 하는 것이고, 그들과 가장 닮아 있는 친구들과 무리를 짓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현상이 가끔 우리에게는 위협이 될 때가 있습니다.

골목을 걷고 있을 때였습니다.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는 길이었나 본데, 맞은편에서 대여섯명씩 가로로 한 무리를 이루며 여러 무리의 여학생들이 걸어 오고 있었습니다.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서로 장난을 치며,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저 뒤에서 승용차가 한 대 나타나 다가오더니 학생들 근처에 이르러서는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아마도 운전자는 학생들이 차가 오는 것을 알아 차리면 피해 줄 것이라는 생각이었나 봅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도 학생들이 길을 열어주지 않자 운전자는 경음기를 울립니다. 몇 학생만이 길을 열어주려 조금 움직일 뿐, 여전히 차 한 대가 지나갈 공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 번 '빵' 소리가 나자 그 때서야 길은 열렸고 차는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겉모습과는 다르게 그렇게 예쁘게 길을 허락하지는 않았습니다. 학생들은 운전자에게 욕설을 내뱉고 소리를 질러 댔습니다.

무리 지어 다니는 아이들은 가끔 이렇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누가 보아도 아름답지 않은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런 학생들에게 섣불리 접근하려고 하면 일이 잘 못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나'를 의미 있게 해주는 친구로부터 영웅이 되고 싶고, 비록 만용이라고 할지라도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더욱 용기가 나게 됩니다. 청소년들은 친구가 아닌 존재를 적(敵, enemy)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적이 나타나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교육적 효과보다 도발의 효과가 더 클 뿐입니다. 우리가 그들의 친구가 아닌 이상, 그들의 모습이 예쁘게 보이지 않더라도 접근하지 않는 것이 서로를 위해 안전한 선택입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그 운전자가 경음기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봐서 좋을 것 없는 광경을 보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촌각을 다투며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만한 마음의 여유와 학생들을 배려하는 마음은 사치스러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무리 지어 다니는 학생들의 공격적인 모습을 순전히 그들의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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