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데이터베이스를 정리하면서 재미 삼아 이런 저런 통계를 만들어 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독해 지문의 길이와 관련된 통계를 살피고자 합니다.
현행과 같이 50문제로 실시된 2001년 수능 이후 읽고 푸는 문제에 나타나는 단어의 수입니다. 합성어 등 예외적인 부분 때문에 1% 내외의 오차는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의 수는 같고 듣고 푸는 17개의 문제를 제외하면 33문제이니 이 수치들을 33으로 나누어 다음의 그래프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2001년에 문제 하나당 59개의 단어가 나왔던 반면 2009년, 2010년에는 80개 이상의 단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문의 길이가 40% 이상 길어졌다는 것이죠.
수능 외국어영역은 총 70분 동안 치러지며, 듣기 시간을 대략 20분으로 봤을 때, 50분간 33문제에 등장하는 2천 8백개 이상의 단어를 읽어야 합니다. 따라서 1분에 56단어 이상을 처리해야 합니다. 물론 모든 단어를 다 읽어야만 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계산에는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 모르는 단어의 뜻을 추리하는 시간, 그리고 OMR 카드에 답을 표기하는 시간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 결론이 그렇게 현실과 먼 이야기는 아닌 듯 합니다.
빠른 독해를 위한 조언
지문이 길어지는 만큼 시간이 부족하다라고 결론을 짓고 끝낸다면 너무 무책임한 듯하여, 빠른 독해를 위한 간단한 조언을 남깁니다. 물론 다독이 최선이겠지만 수능에 영어 과목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좀더 효율적인 연습을 위해 몇 가지만 언급하겠습니다.
1. 스쳐가며 읽기 (Skimming)
주제나 분위기를 묻는 문제처럼 전체적인 의미만 알면 되는 상황에서는, 활강 스키 선수가 기문을 치며 비탈을 내려가듯, 지문을 빠르게 읽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왔다고 주춤하면 안 됩니다. 대충 그럴법한 뜻이겠거니 넘어가고, 모르는 단어가 수식어구(한정적으로 쓰인 형용사 또는 부사구)라면 없는 셈 치면 됩니다. 읽고 난 후에 머릿속에 "이 글은 이런 내용이구나." 정도만 남겨두면 됩니다.
2. 탐색하며 읽기 (Scanning)
세부 정보를 묻는 문제는 지문보다 답안을 먼저 보고, 답안에서 언급했던 내용만 자세하게 읽습니다. 읽은 내용은 답안과 비교한 후 비교 결과를 답안에 표시해 두어야겠지요. 답안에서 언급되지 않은 나머지 내용은 스쳐 읽으면 되겠습니다.
Skimming & Scanning은 아주 널리 쓰이는 훌륭한 읽기 방법이지요. 너무 당연한 것을 저만 아는 것처럼 이야기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