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Microsoft Office)는 전세계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사무용 프로그램군입니다. 한글이 워드프로세서 시장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엑셀(Excel)의 쓰임이 두드러지며 비주얼 베이직(VBA, Visual Basic for Application)을 더해 그 기능은 무한하다고까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03 버전까지 점점 더 진화해 가던 엑셀은 2007부터 리본 메뉴를 채용하면서 외관의 혁신을 가져왔지만 저에게는 큰 재앙이 시작되었습니다.
메뉴표시줄은 어디에?
엑셀 2010 베타의 메뉴
메뉴를 직관적으로 표시해 사용자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지만, 능숙한 사용자들에게는 상당히 불편합니다.
작업 속도를 배가하는 키콤보, 이제는 사용할 수 없다?
키콤보(key combo 또는 access key)는 일종의 단축키와 비슷한 개념으로 엑셀 2003까지는 메뉴에 표시되 있어서 접근하기가 매우 용이했습니다. 이를테면 Alt + T, O 를 눌러 환경설정을 한다든지, Alt + O, C, A 를 눌러 열(Column)의 너비를 자동으로 조정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이 기능은 마우스 사용을 최소하 하여 작업 속도 향상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엑셀 2007 이후 리본메뉴는 마우스의 사용을 유도하여 이러한 키콤보 사용을 억제하고 있습니다. (설마 거대 기업인 MS가 자사의 마우스 판매량을 올리기 위해 마우스 사용을 유도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물론 농담입니다.) 물론 이전 버전에서 지원하던 키콤보의 일부는 지원합니다. 그리고 Alt를 오래 누르고 있으면 해당 메뉴의 콤보 키가 표시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전보다 작업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입니다. 아래 동영상은 엑셀 2003에서 키콤보를 통해 열 너비를 자동으로 맞추는 예제입니다.
VBA 코드 문제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바로 엑셀의 기능을 폭발적으로 확장해 주는 VBA 코드가 이전 버전과 호환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엑셀 2003에 딸린 VBA는 6.5 버전, 그러나 2007부터는 VBA 7 버전인데 그로 인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엑셀 2007과 함께 새로운 엑셀 통합문서인 xlsx 포맷이 등장했을 때 많은 분들이 이전 버전과의 호환 문제로 난처한 일을 겪으셨지요. 이 문제는 엑셀 2003에서도 xlsx를 열 수 있도록 변환기가 제공되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만 VBA 코드가 호환되지 않는 문제는 아직까지 대안이 없습니다. 심지어 2010 버전에서도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넓은 시트
엑셀 2003까지는 가로로 256개, 세로로 65536개, 한 시트에 모두 16777216개의 셀을 제공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엑셀을 사용해 왔고, 엑셀에 대해서는 전문가이며, 엑셀로 별의 별 작업을 다 해봤지만 천 육백만 개의 셀을 다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2007 이후에는 가로로 16384개, 세로로 1048576개의 셀을 제공합니다. 많아져서 좋은 것이 아니냐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이게 가끔씩 큰 불편을 야기합니다.
작업을 하다보면 시트 전체를 선택해서 서식을 적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170억 개의 셀 모두에 서식을 적용하고 나면 문서의 덩치는 매우 커집니다. 커진 덩치만큼 시스템에 부담도 커지고, 자연스레 작업 속도도 느려지는 것이지요. 자료의 처리만 생각한다고 해도 170억 개의 셀을 사용하는 것보다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인 엑세스(Access)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대안은 없나?
엑셀이 2007로 판올림 이후 나아진 점도 물론 많습니다만 대부분이 시각적인 것들입니다. 다양한 색상을 지원하고, 다양한 차트와 도형을 제공하는 것은 가히 혁신적이라 할 수 있지만 잃어버린 장점이 훨씬 많습니다.
리본 메뉴는 매우 직관적이라 엑셀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유익한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기존 버전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을 위해 클래식 메뉴와 키콤보를 지원하도록 해야합니다. 그리고 VBA 호환 문제는 많은 엑셀 전문가들을 타 프로그램으로 옮겨가도록 할지 모르는 위험한 문제라는 것을 MS가 인식하고 얼른 개선된 VBA 버전을 내놓아야 합니다.